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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모성에 대해 떠올리다

초록달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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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화는 모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 시대의 모성에 관한 화두로 이어진다. 

 

주인공 김유민은 생모가 누구인지를 알지 못한다. 생모의 부재는 곧 모성에 대한 부재를 의미한다. 따라서 그에게 생모를 떠올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금기된 생각, 즉 보이지 않는 것들(-본문 인용) 혹은 너무 많은 생각(-본문 인용)인 셈이다. 

 

어느 날 아버지는 한 여자를 집에 데려온다. 그것은 김유민의 인생에 있어서 모성과 관련된 가장 최초의 사건으로 자리 잡는다. 그간 철저히 말라있던 모성에 대한 감성이 그 여자를 통해 최초로 발화되는 것이다. 

 

이후 그 여자는 김유민에게 아이러니한 존재로 남는다. 모성에 대해 접근이 가능한 유일한 통로인 동시에, 또한 모성에 대해 접근이 차단되는 또 다른 통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에서 불이 발화되는 지점은 매우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한 편의 짙은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사막처럼 말라 있던 황룡사 옛터를 향해(-본문 인용) 그 여정은 시작된다. 아화,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곳이다. 폐쇄된 역, 그 너머에는 비도 다다르지 못한다. 잿빛의 짙은 운무 속에 가려진 진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억의 단서들. 서로 다른 층위의 운무에 실린 기억의 조합들은 모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이미지로 구축된다. 

 

작가의 공력이 상당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유민의 동선을 작가가 탐사하듯 뒤따라가는데 아화의 풍경들과 김유민의 내면이 잘 어우러진다. 그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연스레 나의 엄마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모성의 부재를 통해 역으로 모성에 대한 화두가 발화되는 지점이다. 

 

우리 시대의 모성에 대해 떠올려 본다. 과연 나에게 있어서 엄마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하고 건강을 묻는 안부가 전부가 되어버린 엄마를 떠올리며... 왠지 황량한 옛터를 맴돌 듯, 마음 한켠이 쓸쓸해진다. 

 

아화로 향하는 기차를 타야 할 시간, 그 여정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모성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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