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고수가 나타났다. 그가 칼을 한 번 휘두르면 이집트 대피라미드에서 보텍스가 소용돌이치고, 또 한 번 칼을 휘두르면 우주에서 뮤온 입자가 날아든다. 그가 이렇게 칼을 통해 이르고자 하는 경로는, 걍 소설을 쓰기 위해서란다. 덕분에 소설 속의 주인공은, 그의 수련과정을 통해 구축된 고도로 정제된 언어적 에너지를 고스란히 탑재한다.
일단 이 소설에 대해 말하자면 한 마디로, 걍 재밌다!
일체의 군더더기 하나 없다. 소재, 주제, 문체, 심지어는 유머러스한 화법까지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제목으로 내세운 ‘공동’이 주는 울림이 크게 와 닿았다.
공동.
처음 제목을 봤을 때, 이상하게도 계속 동공이랑 혼동되었다. 공동 동공 공동 동공. 이러한 소용돌이처럼, 주인공의 삶에 있어서 공동이 갖는 의미는 한 마디로 단정할 수 없다. 공동체에서의 공동(共同)도 되지만, 한편 보텍스에서의 공동(空洞)을 의미하기도 한다.
‘언어가 생물이라면 ‘고용 안정성’이라는 말은 멸종 위기종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꽤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생각으로부터 출발한 소설 <공동>에서 ’공동‘이라는 말은, 어쩌면 멸종 위기 종에 해당하는 ’고용 안정성‘이라는 말을 끝끝내 멸종되지 않게 붙잡아 두고자 하는, 작가적 저항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언어에 대한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이야기이지만, 정작 그 의미를 곱씹다 보면 예상치 못한 울림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작가의 언어적 감각에 감탄을 하며 읽었다. 그냥 무심하게 툭툭 내뱉는 듯한 화법이지만, 사유를 세련되게 담고 있었고, 문장 하나하나에서 힘이 느껴졌다. 그리하여 어느새 나 또한 보텍스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재밌는 소설을 만났다.
걍,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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