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는 기원전 2000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로마인이 이집트를 점령했을 때, 피라미드는 그들 눈에도 고대 문명의 유산이었다. 우리로 치면 기자조선의 유물을 보는 기분이었을 거다.
무엇이 피라미드를 저토록 오래 유지하게 만들었을까. 그 비밀은 평범한 버팀, 저항하지 않는 마음, 긍정반사, 무엇보다 예로부터 내려온 질서를 존중하는 것이다.
질서를 존중한다는 건, 나쁜말로 변화와 혁신을 배척하는 일이기도 하다. 새롭지 아니한 인간만이 현실에 안주한다.
80년대 후반부터 쌓여있는 작업물이란 결국 변화에 저항하는 힘이며, 버티는 힘이며, 기성 질서에 순응하는 힘이다. 그것을 우주의 에너지가 증명했다.
이것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소설은 재밌으면서도 서글프고 기상천외하면서도 익숙하다.
나는 나의 동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생존을 위해 퇴화한 것들이 켜켜이 쌓여있는 동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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