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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에 대한 단상

솔트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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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유튜브 알고리즘에 정리 영상이 뜰 때가 있다. 본인 스스로 집을 정리하지 못해 누군가 대신 의뢰인의 짐들을 정리해 주는 것이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하면 다행이다. 때론 정리의 임계점을 넘어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쓰레기 같은 집들도 있다. 

 

미니멀리즘이 대세인 시대, 집을 깔끔하게 정리 정돈하는 것은 중요한 화두이다. 그런데 그것이 단지 눈에 보이는 집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소설 <짐>은 그처럼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법한 일을 소재로 다룬다. 제목도 짐, 내용도 짐, 주제도 짐이다. 이처럼 명확한 초점으로 인해 소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재미를 제공해준다. 마치 과녁 한 가운데 짐이라는 포지션을 향해 단 한 차례 활시위를 정확하게 튕기는 느낌이랄까. 그 때문에 한 호흡에 소설이 읽혀지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말하는 짐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짐만은 아니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소설적으로 ‘뻥튀기’ 되는 짐의 의미는 애초 소설을 처음 읽을 때와는 달리 나를 넘어서 전우주적으로 확장되어진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좀 재밌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여러 날 동안 짐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그러다 내 기억의 방 한 구석에 쳐 박혀 있던 해묵은 짐 하나가 정리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너무 오래 되어 도무지 짐이라고 조차 여겨지지 않았던, 그런 마음의 짐이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서 풀리게 되었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오래 묵은 기억이나 혹은 오래 잊고 지낸 자유나 혹은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혹 나처럼 기억의 방을 정리하고 싶은 누군가 있다면, 이 소설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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