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처럼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추적추적 비 내리는 11월, 나는 나주역에 도착한다.
평생 나주에 와 본 적 없는 내가 나주에 온 유일한 목적은
바로 ‘너’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이 소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니, 이보다 더 상투적일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간 그런 사랑에 관한 소설이 왜 상투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금 깨닫게 된다.
솔직히 그런 사랑에 대한 허다한 이야기들은 질릴 법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누구나 한 번쯤은 첫사랑이니, 짝사랑이니, 금지된 사랑이니, 기타 등등 비록 종류는 다르겠으나 그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경험했을 법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보편적이면서도 솔직한 감정을 다룬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한편 독자에게 스토리를 전달함에 있어서 소설은, 영화 혹은 드라마와는 다른 조건을 갖는다. 영화나 드라마는 보다 입체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영상 기술은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며 유명 연예인의 인기와 시각뿐만 아니라 사운드처럼 청각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그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는 여러 추가적인 옵션들을 통해 독자들의 감동을 배가시킬 수 있는 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는 셈이다.
그와는 달리 소설에서는 활자와 평면적인 지면에 한정된다. 시각적인 차원에서만 보자면, 언뜻 출발선부터 다른 불리한 조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주에 대하여, 너에게만 하는 말>을 다 읽고 난 이후에, 그러한 나의 통념이 완전히 깨지게 되었다.
작가는 소설의 조건에 해당하는 평면적인 지면에 한정될 수밖에 없는 모든 시각적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온전한 이야기성을 구축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듯 여겨졌다. 그리하여, 나지막이 대화체로 읊조리는 듯한 나의 독백은 오로지 ‘너’라는 존재 하나만을 향한다. 무엇보다 소설 속에서 모든 요소들은 적재적소하게 제 위치 값을 지닌다.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 허투루 쓰이는 법이 없다. 그로 인해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그에 담긴 감성이 독자에게 온전하게 전달되어진다. 발걸음에 따라 숨소리의 여백조차 느껴질 정도로 아름답고 투명한 감성으로 와 닿았다.
뿐만 아니라, 낯설고 독특한 증강현실 구성법이 매력적이었다. 현재 서사를 중심으로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나는 너를 만나고 또 만나고, 만나고 또 만난다. 인생 윤회와 환생 프로그램을 보여주듯, 너와의 인연과 관련된 나의 전우주적 서사는 눈물겹도록 뭉클하다. 이를 통해, 인연이란 무엇인가, 또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지평이 열리는 것 같았다.
소설에서 느껴지는 이야기의 상투성이란, 소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혹 작가가 그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한 방식의 문제는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감히 해 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한 자리에 정체되지 않고 늘 새로움과 독창성을 추구하려는 작가적 마인드에 박수를 보낸다.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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