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돌아갈 수 없는 과거는 숙명이었을까?

김유 2024-02-06

  • talk
  • blog
  • facebook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것.”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고 체념하고, 후회하고 체념하는 과정.

이 소설은 이런 감정을 아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장소와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해체한 증강현실 구성이면서도, 철저히 소설 속 주인공이 현재에 발 딛고서 생생하게 소설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감탄했다. 이렇게 생생한 소설이라니,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주변에 읽어보라고 추천을 하고 링크를 보내기도 했다. 

 

문득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 기법에 감탄하던 것과 달리 두 번째 읽으며 더욱 인물의 입장과 문장 하나하나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제야 소설 소개 글에 작가가 이걸 쓰고 울었다고 하는지 정확히 와닿았다. 나도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사로잡혀서 눈물이 쏟아졌으니까. 절실하고 절박한 무엇.


“지친 우리는 그걸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너와 내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결과였다.”

소설 속 남자는 운명이라 생각하고 자기 연인의 손을 놓는다. 그는 현재를 추구하기에 너무 현실적이고, 너무 단정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살갗에 파편을 안고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파고들고, 문득 우리를 아프게 하고, 때로는 일깨우기도 한다. 그것은 소설 속에서 증강현실로 드러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사람 중 사람이든 무엇이든, 무척 소중하고, 무척 사랑한 것을 현실이라는 벽을 핑계로 놓아본 적 사람이라면 눈물을 쏟으며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살려줘."

소설 속 여자는 주인공과 헤어지고 시체처럼 살았다. 살고 싶어서 주인공을 갈망한다. 정확히 말해서 자신의 삶에 대한 갈망일 것이다. 어떤 뜻하지 않은 이별이 얼마나 한 사람의 인생을 메마르게 만들었는지. 여자의 당혹스러운 제의가 왜 참을 수 없었는지 소설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그들이 그리 된 것은 숙명이었다. 나주의 명소에서 전생이 겹친다. 전생이 있고, 내가 주인공처럼 전생을 보게 된다면 숙명적으로 찾아온 아픔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번 생에 그들이 손을 놓지 않았다면, 조금 더 해명하고 욕심냈다면. 어쩌면 숙명이 아닐 수도 있었을까.

 

나주를 가본 적이 없는데도 비가 내려 촉촉한 나주의 모습이 소설을 읽는 내 눈 앞에 선명하게 펼쳐진다. 또다시 이번 생은 죽는 날까지 이별하지만, 다른 세상에서는 또 만날 그들의 숙명적 아픔이 풀리기를. 그리고 이 소설을 읽는 나의 인생의 숙명도 부디 이번 세상에서 해소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언제 이 둘은 잘 될 수 있는 걸까. 다음 생에? 다다음 생에? 얼마나 이 아픔을 더 겪어야 이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크게보면 전생과 현생이겠지만, 한 사람이 인생을 살며 겪는 반복되는 아픔과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돌아본 적 있다면, 한 번쯤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하고 싶다.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