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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냄새

큰악새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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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밋밋했습니다. 흐르는 낌새도 살짝 가볍다고 생각했습니다. 읽기를 마쳤을 땐 달랐어요. 그녀(여 주인)의 고백부터 야릇한 세계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지요. 의외였어요. 게다가 그녀의 고백은 누구라도 그녀와 같은 삶을 살았다면 절대 밝히지 않을, 믿기 어려운 것이었음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개연성에 의심이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분명히 사실일 것이라 믿고 싶어졌습니다. 할렐루야! 관세음보살! 작가의 역량이겠죠.

 

 구효서 님의 소설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지금도 물론이죠. 처음 '시계가 걸렸던 자리'를 읽었을 때, 숨이 막히는 줄 알았습니다. '메피스토 펠레스' 같은 존재가 있어서, 나도 이렇게 쓸 수 있게 해 준다면 영혼을 팔 수도 있겠구나, 했습니다. 여기 '나무 남자'의 과거에 닿아있는 현재도 어쩌면 흔적일 수 있습니다. 시계가 걸렸던 '자리'처럼요. 우리의 참담했던 과거의 흔적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 흔적은 살아있습니다. 향기로요. 침향을 찾는 건 이 흔적을 찾겠다는 은유로 읽힙니다. 하지만, '나무 남자'는 비참하기만 할 뿐입니다. 진짜 향기는 그녀죠. 그를 보듬어주는 그녀는 보살이고 천사예요.   

 작가는 두 여인, 관능적인 느낌으로 다가왔고, 그녀의 고백에 의해 이 느낌이 맞았음을 확인하게 되는 너무나 기구한 여인과 오래도록 사귀었고 전화 한 통으로 만날 수 있는 편안함의 상징 같은 여인을 대비시키려 애쓰고 있습니다. 돈에 몸을 팔던 여자와 초등학교 선생님을 말이죠. 어쩌다 들른 숙박업소의 과거 있는 여자와 아주 작은 오점도 찾기 어려운 여인, 어쩌면 배우자가 될지 모를 여자를 말입니다. 

 침향을 구하려는 것으로 시작해서 인간의 냄새를 맡는 것으로 끝맺고 있습니다. 리뷰를 너무 흥분해서 쓴 듯합니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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