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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올도의 유혹

솔트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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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 아일랜드>를 다 읽고 나서 올도라는 곳에 흠뻑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여행에 빗대어 보자면, 처음 여행지에 당도했을 땐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전혀 파악이 되질 않지요. 특히나 그 곳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면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그러다 하루 이틀 지내다 보면 그 곳의 지형이 보이고, 그 곳의 도로가 보이고, 또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보이듯. 올도를 여행한다는 기분으로 여러 번 읽다보니 그 의미가 보다 매혹적으로 와 닿네요. 

 

주인공 오와 함께 라 호슈에 머물면서, 

 

아침마다 마른 통밀빵을 눈물이 날 정도로 목구멍에 꾸역꾸역 밀어 넣어보다가 

따끈한 커피로 목을 축이기도 하고, 

 

아침마다 창문을 활짝 열어 섬을 가로지르는 능선을 바라보다가

마주 보이는 피콕 그린의 창문 너머로 한 여자를 슬쩍 훔쳐 보기도 하고, 

 

김하분 막걸리에 들러 막걸리도 사 보다가

아일랜드 좀느릅나무 할머니와 뇌졸중 전도사를 같이 만나기도 하고, 

 

아, 올도에 가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네요. 

 

올도, 흔들리는 섬이라는 이름처럼 올도에는 일 년에 단 한 차례 홍글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 날은 평소와는 사뭇 다른 바람이 불어닥치는데요. 

 

홍글바람은 올도 사람들이 흔들바람을 일컫는 말인데 사전에는 질풍이나 맹풍의 다른 이름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전을 찾는 김에 오는 fresh breeze 라는 영어 이름까지 찾게 되었고, 질병을 뜻하는 질과 사나움을 뜻하는 맹이 어떻게 fresh와 연결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올도(扤島)가 흔들리는 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질풍 아일랜드 일부)

 

위태롭게 흔들리는 섬 올도에 홍글바람이 불어닥치는 날, 오는 해변에서 무엇을 목격하게 되는 걸까요?

 

흑... 스포가 될까봐 꾹 참습니다... 이 장면 정말 압권이네요... 

 

한국적 정서가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으로 와 닿았어요. 마지막으로 이 소설에서 너무나 정감이 갔던 아일랜드 좀느릅나무 할머니를 떠올려보며, 부족하지만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어긋난 것들이 스스로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곳, 거기엔 불안한 유혹이 있었다. 

(-질풍 아일랜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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