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꼭 만나보고 싶었던 소설이었다.
만일, 지구가 멸망해도 소설이 살아남으려면, 소설만이 지녀야 할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이러한 질문에 답해 주는 소설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왜 꼭 소설을 읽어야 하며, 때론 소설을 써야 하는가에 대하여, 나 스스로에게서 찾지 못했던 물음에 속 시원하게 답해 주는 소설이었다.
그러한 연유로 인해 개인적으로 애정을 많이 갖게 되는 소설이었다.
디에스 이라이를 다 읽고 나서 수만 가지 하고 싶은 말들이 생겨났다. 때문에 리뷰를 쓰기 전에 먼저 다소 조급해진 마음을 달래야 했다. 물론 독자마다 소설을 읽는 후감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유독 내 시선을 붙들어 맨 지점에 대해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분노’에 관한 것이었다.
디에스 이라이에서 다루어지는 분노란, 사뭇 현실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누군가를 죽이는 기제로 소비되거나, 화를 내는 양상으로 표출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차원 승화된 것으로, 투명한 스펙트럼이 되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직시하게 해 주며, 명의의 손에 들린 침이 되어 우리의 멍들고 아픈 부위를 정확하게 명중해 준다. 그로 인해, 혼미한 세상 속에서 무감각하게 침잠해 있던 ‘분노’가 ‘숭고한 분노‘로 다시 회복되어지는 걸 경험하게 된다.
소설의 스케일도 장난 아니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정교하게 짜인 이야기 구조로 인해, 시종일관 긴장감이 유지되며 재미는 물론 말할 필요도 없다. 소설의 완성도를 위한 작가적 치열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렇게 좋은 소설을 만나게 해 준 작가님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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