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처음 올라와서 읽게 되었는데 상당한 흡입력에 순식간에 읽게 되었다.
처음 초반부를 읽었을 때 이렇게 세계관을 크게 잡고 단편에서 가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읽게 되면서 이 작품에 한해서는 그래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에는 종종 습작을 쓰고 발표했을 때 단편에 걸맞지 않은 이야기를 쓴다고 피드백을 들어왔던 지라 이 작품에서 참 많은 부분을 배우게 되었다.
이 작품은 프로젝트 X라는 또 다른 실제 세계를 본뜬 실제 같은 가상 세계에서 최초로 늙어서 죽게 된 필립이라는 기자에 대한 누군가의 기록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소설을 본다면 일론 머스크 아저씨가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상당히 재치 있는 문체와 핍진성을 갖고 SF 근미래를 그려나간다. (아마도 그 역시 재밌게 읽게 된다면 웃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세계관을 그리는 데 있어서 작가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개념들에 의존하지 않고 일론 머스크부터 경기도 성남시의 판교 테크노밸리 X 센터, 염전 노예를 비유한 기사까지 상당히 구체적인 인물들과 오브제들, 사건들을 끌고 들어온다. 이 점이 더 현실감을 불어넣고 독자들에게 이 세계의 실재성에 주목하게 한다.
단순히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필립 가족의 욕망에 대해서도 갈등이 출발한다. 필립 부부는 난임으로 X에서 둘의 아이를 낳게 되었고, 그게 X를 가게 된 동기이기도 했다. 필립은 원래도 저항정신이 있는 기자였을 것 같은데 이 세계에 순응할 것인가, 저항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세계관과 개인의 갈등을 명확하게 보여주게 된다. 작가의 말에서도 봤던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이곳이 X인지 소설 속의 세계관이 X인지를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는 중요하지가 않게 되었다. 이 소설을 보면서 떠오른 작품 중에는 미드 <웨스트월드>가 떠올랐는데(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 작품 역시 AI와 현실 세계를 사는 인간에 대한 비유가 탁월했다. 이 작품 역시 X와 지금 우리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가 있겠냐는 결말로 읽게 되었다. 그 안에서 주인공 필립이 무엇을 지키고자 했던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가 깊이 있게 느껴졌다.
영생을 꿈꾸고 안티에이징을 꿈꾸는 인간들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세계 X에서 필립이 최초 늙어 죽은 선택을 하게 된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지만, 그가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들이 무엇일까 흥미진진하게 끝까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결말에서는 시작과 끝이 잘 연결되며 주인공 필립이 무엇을 지키고자 했던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지금 우리의 3차원 홀로그램 삶에서도 안티에이징을 비롯해 많은 옵션을 지키기 위해 버둥거리며 살고 있지 않은가? 진짜와 가짜를 논하는 것도 의미가 없는 지금에서 ‘지금, 여기’에 주목하고자 하는 작가의 메세지가 온전히 잘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장치들은 여기에서 언급할 수는 없으니 직접 확인 하시라.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역시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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