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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점을 지나버린 우리의 미래에 대하여

미카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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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로봇이 우리 곁에 일상적으로 머무는 세상. 박사는 로봇과학자다. 보육 로봇 수니가 아들 준을 돌봐주었기에 그녀는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박사는 이제 은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임계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에 걸림돌이 되는 건 로봇 수니였다.

인간과 로봇. 닮았지만 다른, 다르지만 닮은 존재들이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인 박사와 수니도 그렇다. 사용자이자 고용인이며, 창조주이자 피조물이다. 

관계를 정의하는 저울이 있다면 틀림없이 대척점에 서 있을 이들은 어느 순간 서로의 그림자인 것처럼 정확히 겹쳐진다. 세월이 흐르고 필요가 없어짐에 따라 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젊은 연구원으로 세대 교체되는 로봇 산업계. 박사가 따라잡기도, 따라가기도 벅찼다. 정년까지 뭉개다가는 남은 자존감마저 산산이 조각날 것 같았다." 
"수니는 수거 트럭에서 해체되기 싫습니다. 다른 로봇으로 다시 만들어지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냥 수니로 남고 싶습니다."

박사는 수니를 향한 여러 복잡한 감정의 파도를 견디며 결국은 어떤 선택을 한다. 그러나 로봇 수니의 경고처럼, 결말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로봇은 그저 입력된 정보를 정해진 프로세스에 따라 처리하여 도출된 최적의 출력값대로 수행할 뿐이라는, 나의 가정은 결말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수니는 어떻게 그런 '인간다운' 행동에 이르게 된 걸까. 이야기 속 로봇이 커피를 마시는 인간 곁에 머무르다 인간의 습관대로 커피를 마시게 된 것처럼, 로봇은 마침내 감정을 가지게 된 걸까. 아니면 감정을 학습한 걸까. 그 감정을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수니의 마지막 행동이 뜻하는 바는 의미심장하다. 기술의 발전이 임계점을 넘어버린 미래, 로봇과의 공존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우리에게 닥쳐올 일들을 선명히 보여준다. 

작가가 심어놓은 복선이, 인간 박사의 마지막 희망이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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