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이 떠올랐다. 파묻힌 거인의 내용은 이렇다. 먼 고대 영국. 암용이 내뿜은 안개로 사람들은 서서히 기억을 잃고 산다. 그런 배경에서 살고 있는 노부부는 어느 날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들은 찾아 나선다. 또 하나의 소설은 조지 오웰의 1984.
이 소설의 배경도 희미하다. 선명한 것은 목소리 뿐.
목소리는 나에게 상관처럼 강압적이기도 혹은 친구처럼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암울한 이곳에서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목소리다. 내일이면 군은 타조를 데리고 간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서사와 사유는 치밀하다. 이야기는 지금의 현실과 닿아있지 않으면서 매설된 지뢰처럼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잘 얽혀진 거미줄 같다. 가끔은 그것이 거미줄인 줄 알면서도 아름다움에 도취 되어 걸어가는 벌레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결말을 알면서도 얽혀버리고 싶은 것이다.
소설을 읽고 네이버 국어사전으로 의지를 검색했다. 처음 나는 첫 번째 의미의 의지를 생각했는데 문득 다음의 의지도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문장을 읽는 재미도 있었다. 단순히 말을 재미있게 꾸며내서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문장마다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의미를 찾아내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래서 더 깊게 여운이 스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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