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분노가 향하는 곳

하얀바다 2024-04-20

  • talk
  • blog
  • facebook

현실에서 타인을 향한 비난과 폄훼의 말과 행동, 차고 넘치는 분노를 자주 목격한다. 다른 사람을 정죄하려는 시도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분노의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 소설은 그 질문과 상상에 눈감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한다. 잔혹하고 인정사정없는 살인 장면을 직시하게 만든다. 감각을 자극할 만큼 생생하고 기발하기까지 하여 읽지 않을 수 없도록 나를 끌고 간다.

 

이 사건을 맡은 장 검사가 가진 내면의 열등감은 캐릭터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지만, 그의 격렬한 감정은 넘치지 않게 절제되어있다. 과연 인간에게 질린 그는 어떻게 정말로분노하고 형을 선고할 수 있을까 호기심이 인다. 마지막 단락까지도 예상을 뒤엎는 에피소드가 밀도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작가의 공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디지털 세상 속의 세력이 현실의 세력과 동일시되는 현실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디지털 세력을 만든 장본인이 결국 현실에서 죽음을 맞이하려는 결심에 이르렀다는 것에서 두 세상을 나누는 선은 흐릿해지고...

두 영역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걸 매일 목격하는 요즘의 나에게 잊지 못할 강한 인상을 남기는 소설이다. SNS가 디지털 플랫폼들이 개개인 마음의 지도를 나타낸다면 현실의 지도에서 나의 마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