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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닿을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

김유 202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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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발달하면, 소설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소설가의 설자리는 위태로워지고, AI가 알려주는 내용을 보완하는데 전락해 버릴까?


이 소설은 선명한 사건을 통해서도 보여주고, 능수능란한 소설적 기법으로도 명확하게 말하는 것만 같다. AI가 소설가를 뛰어넘는 건 어림도 없으며, AI이가 흉내도 내지 못할 지점이 있다고.



 소설은 챗봇을 활용한 AI 창작문학이 유행하는 근미래를 다루고 있다. 눈 오는 겨울, 주인공은 동료 작가들과 만난다. 소설 속 작가들은 챗봇과 협업하고 있다. AI 창작문학 시대가 열렸고, 베스트셀러 중 AI를 이용하지 않은 작품은 없다. 이런 와중에도 한 선배와 주인공만 챗봇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주인공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주인공 친구인 현은 챗봇을 이용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더 이상 순수문학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작가들에게도 생산성과 효율성이 더 중요해졌다. 주인공은 현의 이야기에 내적 갈등을 겪던 중 한 아이를 만난다. 그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읽는 이의 상상력 범위를 초월한다.

 


 이 소설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다. 사건이 상징적 의미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나가며 결말에 이른다. 그 과정으로 주제들은 부상하며 독자에게 직관적인 의미 전달을 해낸다. 주인공이 한 아이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읽고 나면, 소설 속에서 사건은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고, 상징은 이렇게 사용하는 거라고 독자에게, 어쩌면 AI에게도 말해주는 듯하다. AI가 제아무리 많은 학습과 우연을 통해 기발한 듯 보이고, 방대한 지식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는 것처럼 보여도 한계는 명확하다.


 

“나를 살려줬던 아이가 그랬어. 영원한 스토리의 세상에 들어가려면, 영혼이 깃든 이야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인공이 사는 곳은 창신동 골목으로, 채석장 바로 아래 위치한 골목 마을이다. 소설 속에는 해수구제사업이 언급되고 호랑이가 나오는데,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약탈’이라는 숨겨진 키워드도 보인다. AI의 발달로 소설가의 창의적 영역, 언어가 빼앗기고 밀려나는 주인공의 상황을 상징한다.

 


 이시경 작가의 소설을 통해서, 이렇게 다층적인 이야기에 상징까지 적절한 위치에 사용하는 것은 AI가 닿기 힘든 영혼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 문장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 미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챗봇과 협업하는 작가들과 만난 후 길을 걸어가며 미끄러운 눈길에서 휘청이는 모습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 직관적으로 그의 불안감, 현재의 위태로움이 직관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걸 AI가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질문하고 싶다. 당신은 소설가가 될 것인가? 노동자가 될 것인가? 그리고 이렇게도 말해주고 싶다. 호랑이를 지켜야 한다고. AI 창작문학 이야기를 하다가 호랑이가 웬 말인지 궁금하다면, 판타지와 현실을 자유롭고 생생하게 써낸 이 소설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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