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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따뜻한 단절을 만나다

알맹이 202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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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후킹해서 읽게 된 글이다. 이 제목을 요즘 쓰는 말로 바꾸자면 TMI일 것이다. ‘네가 별로 궁금하지 않으니, 묻지도 않은 이야기로 나를 귀찮게 하지 말라’는 면박이 내포된 말이다. 하지만 [나는 당신의 정보가 알고 싶지 않다]를 다 읽고 나면 이 소설에서만큼은 이 말이 냉소적이고 배타적인 말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말에 더 가깝다는 걸 알게 된다. 단절과 고립이 최선의 선택인 인물들의 결말이 쓸쓸하지만, 오히려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가족의 복수라는 얼핏 기시감이 드는 소재를 이야기의 중심으로 삼고 있지만, 끝에서 꽤 낯선 결말을 제시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의문이 들게 하는 떡밥들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찝찝한 구석 없이 수거된다는 점도 개운함을 준다. 사실성을 높이는 디테일한 설명도 돋보인다.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말 그럴 법하게 상황을 묘사한 점도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  


SF를 단편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유명 SF의 광대함 때문에 단편에서 SF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심 차게 시작했다가 한껏 펼쳐두고 제한된 분량 내에서 이야기를 수렴하지 못해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소설을 만들기 십상인 장르인데, 이 소설이 잘 쓴 단편 SF의 좋은 예시가 되어주는 것 같다. 


다 읽고 바로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어지는, 재미있고 여운이 남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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