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작법>이라는 제목을 보고 글을 쓰는 사람, 인생에 대해 근원적인 탐구를 하는 사람이면 그냥은 지나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부터 그러하니.
이 소설은 원하는 대로 인생의 대본을 만들어 주는 창조자의 모조신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고스트 갓(Ghost god)'이다.
작가는 세계에 대한 자신의 깊은 고찰을 도입부에서 명확히 하고 전개한다. 그 인식은, 인간은 스스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인생이라는 대본을 주지 않은 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인간, 즉 작가는 창조자의 그늘에서 소설 속 인물에게 생의 대본을 주는 창조자 아래 창작자가 된다. 이 작품 안에서 그 사람이 바로 '고스트 갓'이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작가가 창조하는 것 같지만 모든 것은 창조자의 의도에 따른다. 그 점을 알리기 위해 이 소설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행동하고, 인과의 결과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명확하게 반문한다.
확신할 수 있냐고.
소설은 내내 독자의 정신을 온통 사건에 집중하게 만든다. 사건을 따라 정신없이 홀려서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이르면 절로 감탄하게 된다. 소설의 생생한 묘사, 현재형으로 거침없이 진행되는 점 덕분에 마지막이 더 강렬하다. 읽는 이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사건에 매혹시킨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을 읽고,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 흰 종이 위에 돋보기를 위치하여 빛을 모아 결국 종이를 태우고 마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소설의 주제라는 것은 이렇게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한 지점을 태워내야 하는구나, 절로 탄식이 나왔다.
쓰고자 하는 주제를 어느 만큼 고민하면 이렇게 단번에 마지막에 부상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이에 대해 소설을 쓰는 작가가 자신이 쓰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확신, 깨달음, 그리고 무엇을 써야할지를 구상이 끝나고 쓰기 시작할 때 명확한 그림을 가져야 이런 형태로 쓸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작가가 무엇을 쓰고 있는지 명확히 알고서 써내려간 작품은 이렇게 구성, 상징을 통해 주제를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 소설은 거대한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처음 읽을 때는 소설 마지막으로 가며 구성적인 측면에서 즐거운 충격을 받을 수 있고, 두 번째 읽을 때는 마음껏 거대한 상징을 누릴 수 있다.
소설의 현장성이 강한 만큼 더 여실히 이러한 점을 느꼈다. 진짜라고 믿고 사는 인생이, 현실이, 모두 홀로그램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고 나는 당연하다고 여긴 많은 것을 의심해 보았다.
또 인생 작법이 운명의 자의와 타의에 대한 좋은 조언이 되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의 의지란 어디까지이고 무엇인지, 운명이란 무엇인지. 그 물음을 끊임없이 안고 살아가는 내게 무척 감명 깊었다. 만약 나와 같은 의문을 품고 살고 있다면 이 소설을 꼭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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