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나주로 가 있는 동안의 나의 심정과 선택을 일인칭 시점으로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야기 초반의 마치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생생한 묘사와 감각적인 문장들은 독서의 큰 재미로 와닿는다. 그녀를 만나는 ‘나’의 현재, 여기의 관점과 심정은 과거와 미래로 뻗어나가며 긴장감을 일으킨다. 결국 ‘나’는 어떻게 다음을 결정하게 될지 궁금해지고 나중에는 선택할 수나 있을지 절박하게 읽게 된다. 지금, 현재라고 화자가 믿는 곳에서 다른 감각을 보고 느끼게 된다면 그것을 지금, 현재라고 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데자뷰의 순간을 맞이한 듯한 환상적인 기분에 사로잡히는 건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독특한 시공간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어쩔 수 없음, 그리고 숙명과 같은 거대한 담론 앞에 놓인 것처럼, 읽고 나서 울림이 크다. 옛 연인을 다시 만나는 행보 속에 인생은 무엇인가, 자유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주제가 매우 낯설게 읽히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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