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작가님의 <운명게임>이나 <비밀문장> 등의 소설들을 흥미롭게 봤기에
<인생작법>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왠지 장편들과 연결되는 계통의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에 보면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소설적인 설계를 하고 싶었다'며 이런 흐름의 소설을 쓰게 된 첫 작품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시작부터 창조와 창작의 차이에 대해 언급하며 의미심장한 1인칭 화자의 서술로부터 시작한다.
그의 닉네임은 GG, 고스트갓(Ghost God).
그는 창조자의 그늘에 살며 창조자의 흉내를 내는 창작자라며 짧게 이야기를 마치고 자신의 정체를 의미심장하게 밝힌다.
이야기는 바로 화자를 바꾸며 미스테리하게 액자 속 이야기로 들어간다.
단편에서 시점을 바꾸지 말라는 조언을 초심자를 위한 작법서나 강의들에서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건 정말 초심자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인 듯 하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인 <사랑에 대한 몇 개의 시선>을 읽어봤었고, 자유자재로 화자를 넘나드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역시나 연륜 있는 프로 작가의 폼(?)이란 이런 것인가.
이 이야기에서는 1인칭이었다가 3인칭을 넘나들다가 결국 마지막에서는 다시 시작했던 화자가 바톤터치를 넘겨받아 모든 것을 꿰뚫는 마무리를 하고야 만다.
<인생작법>이라는 이 작품의 제목이 매우 걸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액자 밖의 이야기와 액자 안의 이야기는 다소 많이 다른 분위기처럼 느껴진다.
액자 밖은 다소 1인칭 화자의 관념적인 독백같이 시작하지만, 액자 안의 이야기는 미스테리 장르 소설같은 느낌으로 디테일하고 농도 높은 묘사가 압권이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면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그러는건가, 하고 작가와 등장인물들을 걱정할 때쯤! 걱정할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허무하고도 감탄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모든 것들은 실제보다 더 현실같이 생생한 가짜이면서도 진짜를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명징하게 드러났다.
그러면서 작금의 현실과 삶을 회고하게 만드는 묘한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보통 반전을 위해 쌓아두는 이야기들은 초반에 복선들을 어설프게 깔아두거나 강약 조절을 하기 위해 절정까지 못가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의미와 재미를 둘 다 놓치지 않고, 이야기 자체를 끄는 흥미진진한 긴장감과 독자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을 깨뜨리는 반전과 또 마지막의 의미들이 마차진리까지 가서 모든 것들을 해소시킨다.
최근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두어 편 봤는데, 연극에서 깨지게 되는 제 3의 벽을 넘나드는 것 같이 이 이야기는 액자 안, 밖의 인물과 구조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며 작가가 작품으로 하려는 메세지를 선명하게 날을 세운다. 그는 역시 창조자가 아닌 창작자였다는 말과 함께 그가 듣던 엔딩의 음악마저도 인생 작법의 의미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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