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라는 제목이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읽지 않을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왠지 모르게 작가의 말과 미리보기로 보다가 재밌을 것 같다는 흥미로운 접근으로 작품을 읽었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일상 판타지 작품을 스코에서 보게 되었던 지라 기대 못한 부분에서 의외로 좋았다.
작가의 말에 보면 작가님께서 이 소설을 쓰시게 된 이유도 흥미로웠는데, 본인의 작품 중에 티셔츠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었으면 하는 욕망(?) 때문에 쓰셨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선택하지 않으려는 이유와 반대편에서 쓰셨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쉽게 잘 쓰여있고 읽었을 때는 대중적인 재미나 접근성이 매우 좋다고 여겼다.
두 자매의 생활 판타지가 작품의 주요 분위기이자 장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가장 장점이자 독자로서 느꼈을 때 제일 좋았던 점은 시작부터 바로 사건이 던져진다는 부분이었다.
바로 시작되는 사건에 <티셔츠>라는 작품의 세계로 바로 입장할 수 있는 점이 꽤 흥미로웠다.
이야기는 언니가 티셔츠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서 시작된다.
흥미로운 판타지적인 발상인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집 안의 배경 묘사나 두 자매의 대화들로 인해서 바로 진입되었다.
나를 포함하여 보통 습작을 쓰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소재에 천착해서 황당무계하거나 설득력이 없는 전개를 펼치게 되는데 이 작품을 재밌게 본 독자로서 도입부의 디테일한 설정과 대사들이 판타지 작품에서 독자를 견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상상을 소소한 일상생활에서 판타지로 보여주는 점이 이유리 작가의 판타지와 닮아있는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티셔츠 안에 들어간다면 어떤 상황들과 반응들이 생길까,
그에 대해서 이 작품은 소소하고 디테일한 부분에서부터 잡아 이야기를 재치 있게 전개한다.
카프카의 <변신>이 다소 그로테스크하고 자기 존재에 대한 고찰이 무겁게 담아져 있다면 이 작품은 훨씬 재치 있고 귀엽고 지금 시대의 체념과 포기 같은 정서들이 무겁지 않게 잘 들어가 있다. 인물도 두 자매로 주인공을 한 이유가 메시지와 작품의 분위기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다닌다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권태로움과 '내일 그만둬야지' 같은 부분들이 티셔츠에 들어간 언니를 통해 깨알같이 잘 배치가 되어있었고, 티셔츠에 들어간 언니와 히키코모리인 동생, 그리고 그 둘 사이에 있는 고양이. 언니의 회사 과장 등의 인물들이 적재적소에 잘 배치되었다. 두 자매가 가진 갈등은 크게 두 가지 프레임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언니가 티셔츠에 들어가 버렸고 특별히 나오거나 그럴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 이 작품만의 개성이 돋보인다.
언니는 특별한 걱정도 없고, 오히려 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마음에 들어 했으며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티셔츠 안에 있는 하얀 세계를 더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두 번째는 히키코모리인 동생이 집 밖에 나가게 만든, 그것도 언니가 갇힌 티셔츠를 입고 나가게 되는 부분이다.
고양이의 사료를 사러 가야 하는 집 밖을 나가야 하는 갈등과 당위성을 부여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일어나는 좌충우돌과 갈등들,
언니와 동생의 생활적 교집합들이 적절하게 잘 펼쳐져서 이야기적인 흥미를 더 끌어올린다.
언니가 동생에서 '날 입어'라고 하는 대사와 둘에게 펼쳐지는 외출에서는 둘의 캐릭터와 상황들, 관계성을 잘 보여준다.
단편에서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와 인물의 구조를 짜고 캐릭터 간의 상황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부분들에서 점에서 배울 점들이 많았다.
아마 이런 설정이 아니었다면 자매 둘의 관계나 동생이 집 밖으로 향하게 되는 모습들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지점에서 작품의 좋은 점을 다시 되새기고 내 작품에 적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엔딩에서는 언니가 동생에게 한 말들과 행동들이 이 작품이 은은하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잘 느껴지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오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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