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리얼리티다. 꽃 냉장고에서 시작하는 첫 장면, 꽃을 진열하고 손질하는 요령, 꽃다발을 만들어가는 분주한 손길까지.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실제로 푸에고 꽃집에 함께 들어와 있는 것처럼 선명하고 화려하게 전개된다. 전문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자세하면서도 때로는 간단하게 툭 치고 빠진다. 소설을 읽는 독자도 작가의 완급 조절을 따라가며 지루할 틈이 없다.
리얼리티는 단지 배경 묘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푸에고 로사>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각각의 꽃들처럼 하나같이 다른 특징과 매력이 있다. 일견 깐깐해 보이는 고용주면서 빨간 장미를 극도로 싫어하는 윤 사장, 그녀와는 정반대 성향으로, 빨강이 잘 어울릴 것만 같은 중국집 사장 화린,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과 미래에 확신을 품지 못하고 방황하는 수호가 있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 꼭 살아 있을 것만 같은 인물들이 움직이고 부딪치며 이야기를 이끈다. 그래서 읽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생명력으로 충만한 이 캐릭터들이 어디에 도달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제목 <푸에고 로사>의 의미는 결말에서 극대화된다. 그녀는 이제 망설임이 없다. 빨간 장미의 진한 색채와 강렬한 향이 내가 있는 곳까지 퍼져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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