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죗값보다 큰 분노에 대하여

요제프k 202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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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인가, 대한민국의 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가 등장하여 한바탕 논란을 빚었다. 애꿎은 사람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법이 확실히 처벌해 주지 못한 것을 대신 처리해 주는 다크 히어로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소설은 지금의 현실을 관통한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운 죄로 무참히 살해 당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소설 속 피해자들은 죗값을 한참 넘어서는 분노와 맞닥뜨린다. 이 분노는 놀랍도록 차분하고 정교하다. 가해자들은 범죄를 숨기려고 하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도 태연하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그들은 옳은 일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죄'가 먼저 있고 '벌'은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해 왔지만, 이런 경우는 어떨까. '벌'이 '죄'를 부르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통쾌하게 해줄 만큼'의 벌을 누군가에게 내리고 싶다는 욕망이 평범한 사람들의 잘못을 죽을 죄로 부풀리는 게 아닐까.  

 

재미있는 픽션 정도로 넘어가기엔, 현실에도 비슷한 사례가 너무 많다. 인터넷에서 누구 하나 죽일 듯이 물어 뜯는 댓글들은 물론이요, 그 과격한 분노가 때때로 현실로 터져나오는 순간들을 우리는 몇 차례 보아 왔다. <디에스 이라이>는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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