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희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봤는데,
다른 작품들도 비슷하지만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잘 읽혔다.
<디에스 이라이>도 그랬지만 이 작품 역시 가볍게 읽히는 것 같은 표면을 들춰보면 그 안에 서늘한 의미들이 자리잡고 있는 작품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갑자기 거리가 생겨버렸지만 한때 공포의 시대였던 코로나 시대를 배경으로 소설은 펼쳐진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많이 부흥해버린 배달 업계의 리뷰와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이런 소재들은 충분히 소설 뿐만 아니라 웹툰이나 다른 장르들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 작품만의 매력을 짚어보자면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놓았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미국적이지 않은 한국 지향적인 국뽕 미국인.
그 부분에서 낮설음과 갈등 재미 요소들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이든은 외국인 중에서도 꽤나 한국인에게 우호적인 편이고 여자친구인 혜정에게 순종적인 타입인 캐릭터로 보인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미국 본사로 복귀해야 할 상황까지 생겼는데 혜정을 많이 사랑했는지 한국에서 지내게 된다.
부모님이 이든을 대하는 대사들이나 이든이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들이 그의 성격을 섬세하게 보여줘서 어떤식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갈지, 캐릭터에 대해서도 기대가 되었다.
혜정이 했던 한마디가 그를 잘 설명해주는 듯 하다.
"난 당신이 제멋대로인 남자들이랑 달라서 좋긴 한데 가끔은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기도 해."
이든은 족발집 리뷰를 창의적으로 쓰면서 사고 아닌 사고를 치게 된다.
이든의 리뷰를 본 사람들이 기대 이상으로 호응하여 이든은 용기가 샘솟는다.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한강공원에서 민폐를 끼치는 자전거 남에게 음악 소리를 줄여달라고 말하게 되는데...
리뷰가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현실에서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게 현실임을 보여준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과거의 괴롭힘들에서 조금 벗어나 보려는 움직임뿐.
이 모든 지점들이 불균질하게 섞여서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영웅도 국뽕도 아닌 것이 되고야 만다.
여자친구인 혜정은 ‘많이 바빴네’. 라고 메시지를 보내지만 바빴다는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라는 그의 말에 따라
그에게 있었던 하루 동안의 일들은 한국의 단면을 외국인의 관점에서 낮설게 바라보기하는 듯 하다.
유쾌한 이야기이지만 속 뜻을 알게 되면 마냥 유쾌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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