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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향하는 곳

하얀바다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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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다 읽고 나서 마치 지난 밤 꿈속에서 자매를 만나고 온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세심한 묘사 때문일 것이다. 자세히 묘사하는 필력이 느껴지는 초반부부터 흥미롭지만, 뒤로 갈수록 디테일을 찾아가는 재미도 더해진다.

  티셔츠에서 발견된 언니와 주인공의 대화는 그 모든 것이 익숙한 듯 차분하고 가만하다.  암울한 상황과 싱거운 대화가 만드는 괴리감은 더 애처로움을 자아낸다. 일상적인 말들이지만 둘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나지막한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그들 앞에 함께 있는 기분이 들어 몰입하게 된다. 슬퍼하지 않는 슬픔이 더 강렬할 수 있구나 생각하며 어느샌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면, 그렇게 작아지다가 결국 그럴 수 있지. 그렇지.’ 하면서.

  이 이야기가 가진 강점이 많지만 크게 두 가지를 꼽자면 캐릭터와 갈등 상황이다. 캐릭터의 역할이 분명했다. 언니는 비록 신체를 잃었지만, 동생을 위해 소임을 다하고 소극적인 주인공도 외부와 소통하는 계기를 얻어 언니의 상처를 보듬는다. 언니는 안으로 주인공은 밖을 향하는 행로를 보여준다. 정적인 분위기임에도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는 요소도 재미를 더한다. 수의사에게 들키지 않을지, 김부장은 어떻게 반응할지 조바심을 내며 읽게 된다

  언니는 (눈을 감았는지) 기울어지며 다시 떠나가지만, 고양이가 사료를 먹는 명쾌한 소리는 생명의 소리처럼 희망의 기미를 안겨준다. 캐릭터들이 결말에서 한 단계 성숙하는 모습으로 마무리 짓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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