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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속의 기억, 기억 속의 죽음

뮤에그 20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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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 시절 독서에는 '인간'이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이라는 주제는 '나'로 바뀌었고, '나'는 다시 ‘왜'로 바뀌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왜'는 다시 '인간'이라는 종착점에 닿았다."

 

작가가 쓴 위의 문장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AI 인공지능과 큐브, 나노 벅스 등 SF 소설을 상징하는 여러 물체가 등장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인간의 정신에 대한 내용이다. 정신 계통의 분리와 통합에 대한 긴 호흡 속에도 독자가 따라갈 수 있는 여러 장치를 소설에 포함해 두었는데, 촘촘하게 여러 사건(인물의 만남과 죽음)을 구성해 소설의 끝부분까지 재미를 더해 풀어내고 있다.

 

작가의 간결하고도 정확한 문체가 정신 통합에 대한 내용을 어렵지 않게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죽음, 사랑, 만남, 실험, 스탠다드맨의 탄생 등이 모든 사건이 이어지듯 연결되어 소설 안에 하나로 모인다. 자칫 어수선할 수 있는 내용을 한 줄기로 정리해 서술하는 것이 이 소설의 제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전문 분야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면 오믈렛 하나도 만들지 못하는 무기력한 인간이기도 했다.라는 문장과 '태양이 아무리 들볶아도, 이끼처럼 자리 잡은 슬픔과 우울은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라는 문장에서 작가가 오랜 시간 걸쳐 이 소설을 작업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장에 여운을 남겨서 독자가 다시금 문장을 마주하게 될 때, 소설 전체의 줄거리가 떠오르거나, 인물에 대해 그려낼 수 있도록 해두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어떻게 사건을 구성해 소설 속에 배치하느냐에 대해 많은 고민했을 것 같다. 등장하는 다양한 공간 속 인물의 배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이해가 힘든 과학 내용을 어렵지 않도록 예시와 간략한 설명을 제시하고, 전문적인 지식과 적절한 단어 쓰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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