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두 가지의 축으로 전개된다.
두 축은 교차하면서 사슬처럼 얽힌다. 마지막에는 하나의 축에서 만나고 매듭처럼 얽히며 끝나는 점이 흥미로웠다.
첫 번째 축은 술집에서 익명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서사이고,
두 번째 축은 외골격 사업에 대한 설명과 주인공 지안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석 사유 근무 일상에서 발견한 음모에 대한 서사이다.
첫 번째 축으로 구성된 서사는 수미상응처럼 처음에 시작했던 이야기 공간과 배경, 인물이 결국 마지막에 연결된다.
중간에도 교차하여 나오기에 긴장감이 더욱 느껴졌고 엔딩에서의 결말이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사소한 소품처럼 보였던 나초가 상징적으로 잘 쓰였고, 재즈바라는 장소도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설정된 배경이라는 점으로 보았을 때 결말까지 섬뜩하게 잘 짜인 이야기였다.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잘 읽어보면 지안이 외골격을 쓰지 않고 자신의 몸으로 재즈바에 온 것이라는 것을 도입부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익명의 친구가 엔딩 부분에서 언급하는 대사들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초반에 깔아놨던 엑손의 외골격 사업에 대해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이유가 뒷부분에서는 음모로 드러나 있다. 또한, 엑손은 다음 플랜들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지안은 자신만 비밀을 알게 되어 특별함에 도취된 듯 보였지만 철저하게 엑손에 감시당하고 있는 희생양이자 교체품에 불과했다.
두 번째 축의 이야기는 일상적인 이야기답게 생생하게 그려졌다.
생존과 관련되어 있는 긴박하고 특이한 상황들을 미스테리하게 펼쳐가기에 전반적으로 스릴이 넘친다.
두 번째 축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 소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소재들의 연결 지점이 점점 구체화된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석 사유'와 '외골격'이라는 소재를 결합하여 꽤나 낯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 안에서의 주인공 지안이라는 캐릭터 갖는 보편성과 음모를 추척하는 주인공 성으로 균형을 맞춰나갔기에
지나치게 낯설기만 하지 않았고 앞서 언급했던 장르적인 재미들로 인해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에서는 외골격으로 영생을 가진 인간들의 나태함, 이런 이석 사유를 감시하려는 기업과 개인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초점을 맞춰나가는 듯하다가 마지막에는 변주한다.
그런 지점들이 영리한 이야기라고 느껴졌고 소재가 갖고 있는 틀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했다.
메세지 혹은 중심성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노동과 삶, 그것들을 제한하는 거대 자본의 음모에 대한 이야기를 낯선 소재와 재치 있는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 작품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영생에 가까운 삶을 부여받았지만 실제로는 연명장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일하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
소설에서 말하는 ‘아무도 강요한 적 없었으나 단지 살아남기 위해 죽음의 형벌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미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이 짊어졌던 하는 노동의 숙제의 연속으로 보여졌고
그렇다면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과연 인류에게 축복인가? 저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낯선 소재들이 잘 꿰어졌고, 구조적으로도 탁월한 작품을 보면서
‘Stay Home, Enjoy Life’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