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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완성된 집

뮤에그 20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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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전반에 깔린 빨간색의 강렬함이 모든 문장에 스며들어 하나씩 토해 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등장인물인 자매를 빨간 드레스와 무채색인 검은 구두로 표현해 대비되는 대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과거에서 겪어왔고, 앞으로도 마주칠 갈등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빛과 어둠을 텔레비전 빛, 암막 커튼으로 가린 어둠“

일상의 장면을 간결하게 표현한 것에 감탄했다. 또한, 색 말고도 암막 커튼을 거두는 하영과 암막 커튼을 치는 반대되는 나의 행동을 통해 각 인물의 성격과 서로가 느끼는 감정을 문장에 그대로 녹여냈다. 그렇다 보니 한 단락이 끝날 때마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상황과 느낌을 하나하나 떠올릴 수 있었다.

 

애매한 우울함.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애매한 우울함이라 말하고 싶다. 드러내는 폭발적인 감정호소는 없지만 과거로부터 축적된 하영에게 느끼는 질투와 원망을 내비쳐 주인공이 그렇게밖에 행동할 수 없음을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아늑하고 포근한 안정감을 주는 집의 존재도 갈망하지만 갈 수 없는 곳이고, 분노, 연민, 그리움과 같은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을 들게 한다. 주인공이 느끼는 쓸쓸함과 아픔이 파리의 우중충한 날씨 그리고 암막 커튼으로 가려진 집이라는 공간에 묻어있다.

 

“넌 빨강이 어울리지 않아.”

 

주인공이 가진 빨강에 대한 열등감과 열망이 하영의 빨간 드레스를 입으면서 사건이 고조된다. 여기서 두 사람의 감정은 폭발하고 핑퐁 경기처럼 날이 선 말이 오가며, 갈등이 절정에 다다른다. 

집 안의 무음 텔레비전을 통해 집 바깥 파리의 기록적 폭우를 보여주어 집 안에서 현실적인 다툼과 밖에서 일어나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계속 노출해 지루할 수 있는 두 사람의 싸움에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엄습해 오는 두려움과 인물 내면의 불안감을 더했다.

 

더없이 의지해야 할 존재인 가족이 사실은 애증의 관계라는 점이 소설에서 잘 드러난다. 동생을 증오하고 배척하고 싶은 대상이지만, 언니의 소명인지 모를 강한 책임감 때문에 자매의 연을 끊어내 버릴 수 없는 상태를 지속된 비극적 관계의 역설이 잘 담겨있다. 

 

갈등의 상황으로 가게 하는 상징적인 대상인 빨간 드레스를 소설 맨 앞에 배치해 독자에게 각인시켜 주고, 뒤로 가면서 소설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소설의 제목처럼 작가가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색 그루밍으로 세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다 읽고 난 후,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빨간 드레스의 잔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한 소재로 소설을 마침표를 찍기까지 단숨에 읽게 만드는 문장력과 대비되는 일상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배워 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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