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크게 반으로 나눌 수 있다. 절반은 '영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 뒤에 남은 절반은 우연히 만났던 여인에 대한 것이다.
이런 구성에서는 앞부분 절반이 회상 위주로 흐르며 과거의 비중이 높아서 자칫 지루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노련하게도 '권'이라는 친구와 대화하며 '영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게 만든다. 친구인 '권'의 역할은 단순히 '영해'라는 인물의 죽음을 전달하는 역할로 끝나지 않는다. '권' 덕분에 '영해'의 사망 소식을 독자에게 제시함과 동시에 '영해'라는 인물의 학창 시절을 회상하게 하고, '영해'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영해'에 대한 생각과 기억도 함께 제시하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권' 덕분에 소설이 현재 시점에서 흘러가도록 만드는 데 있다.
뒤의 절반을 살펴보면 우연히 만난 여인이 전반 '영해'의 이야기를 하며 왜 떠오르게 되었는지 드러난다. 이때도 분명 과거에 있었던 일인데도, 사건 위주로 서술 되어서 생생하게 진행된다. 또 앞서 절반에 해당하는 분량에서 제시된 이야기들을 모두 회수하여 유기적인 이야기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독자를 끝까지 집중하여 여인과 영해, 주인공의 관계성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렇게 제시된 모든 것을 후반부에 정확히 작가가 책임지고 독자에게 연결성을 보여줌으로써 주제 의식이 극대화된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이 소설을 읽고 인생에 대해 생각하며 그 깊이를 느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소재 측면에서도 주목하고 싶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호수로 가 잠든다는 속설을 사용한 점이다. '호수'로 영혼이 흘러 들어가 모인다는 이야기가, 죽은 친구와 죽은 친구가 주인공에게 전한 말과 함께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독자에게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킨다.
이 소설에서 같은 대사가 두 번 반복이 되는데,
"이다음 내가 죽으면 내가 제일 아끼던 거 있으면 니 주고 갈게."
이 대사이다.
'영해'는 타인이 볼 때 스스로 외로움을 자처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런 '영해'가 주인공을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같은 대사의 반복만으로도 친구들이 왜 주인공에게 영해에 대해 물었는지와, '영해'라는 인물의 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대사의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다양한 소설이 존재하지만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울고 싶은 독자에게, 작가는 분명한 애도의 시간을 대리로 체험하도록 했다. 마치 실제 이야기 같은 이 소설은 결국 우리가 모두 호수로 가서 잠들 것이라는 위로를 전한다.
깊은 울림과 감동이 있었다. '영해'와 '여인'과 주인공의 전반부와 후반부에 나온 에피소드를 통해, 결국 삶과 죽음이 어디서 부터 연결되어 있고, 우리 모두에게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의 가능성과 깊이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억지 슬픔 하나 없이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표현한 작가의 역량에 감탄했다. 이 모든 것이 주제와 맞는 소재의 사용, 구성과 대화의 힘에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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