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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얗고 베이직한, 티셔츠 혹은 소설

요제프k 2024-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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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셔츠> 속 티셔츠가 새하얗고 베이직한 것처럼, 소설의 구성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이 소설은 와 언니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티셔츠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고 다른 이야기들을 덧댄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티셔츠의 특성과 연관지어 소설을 해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티셔츠에는 단추도, 지퍼도, 주머니도 없다. 그저 구멍이 4개 뚫려 있는 흰 옷감일 뿐이다. 소설은 시종일관 그런 베이직한 스탠스를 유지한다. 눈을 떠 보니 언니가 티셔츠에 갇혀 있었고, 그래서 몇 가지 해프닝이 벌어진다. 이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스토리의 전부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플롯 속에 은폐된 또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어째서 는 방에 틀어박혔나, 그들의 부모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언니는 김 부장과 무슨 일이 있었나. 이 질문들은 가볍게 언급되기만 할 뿐, 결코 일의 전모가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정확히는, 그 숨겨진 일들에 대해 깊게 파고들려 하지 않는다.

 

  언니와 는 같이 살고 있고, ‘는 언니의 도움 없이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하기 힘들지만, ‘는 언니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티셔츠의 새하얀 색감은 그런 의 무지를 상징하는 것만 같다.

 

  언뜻 보기에 티셔츠는 팔, 다리가 잘려 어디에도 갈 수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인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선 와 언니 둘 다 그런 티셔츠 같은 인간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서로를 구원해 줄 수도 없다. 티셔츠 속 무한히 펼쳐진 새하얀 공간은 가까운 듯 멀어 보이는 두 사람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듯 하다.

 

  티셔츠의 이미지에서 출발해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 이야기가 원래의 이미지를 넘어서지 않도록 조절하는 절제미가 보이는 소설이었다. 만약 여기서 와 언니에 대한 사족이 더 붙었다면, ‘티셔츠라는 제목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을 쓸 때, 컨셉을 잡고 중심성을 잃지 않도록 스토리를 일관적으로 밀어붙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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