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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로봇이 인간과 유사해진다면, 그건 로봇일까 사람일까

박은비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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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소설을 써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잘 쓴 소설을 만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잘 쓴 소설은, 생각해볼 점이 많아 오래도록 여운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로봇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해서, 로봇이 인간처럼 복잡한 내면을 가지게 된다면 어떨지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여운이 많이 남았다.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얘기하자면,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서사는 크게 ‘로봇과 인간의 사랑’, ’로봇과 인간의 전쟁’이 있다.

 

그 중 ‘로봇과 인간의 사랑’은 어찌보면 뻔한 클리셰를 가진 경우가 많았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정을 못 느끼는 주인공이 로봇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아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로봇은 인간과의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는다. 결국 로봇과 인간의 상생과 공존을 새로운 사랑의 형태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엔딩이 나는 스토리.

 

하지만, <나는 이것을 색이라 부를 수 없다>에서는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인간은 로봇을 로봇으로 생각하는데, 로봇은 인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

 

 

인규는 분명 반려로봇(?)인 뮤에게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인간과 인간 사이 사랑의 모습과는 조금 달라보인다.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이전의 연인관계와 다르게, 인규는 자신의 취향이 듬뿍 담긴 뮤와 거의 동기화 수준으로 교류를 하며 애정과 애착을 가지게 된다.

 

아마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뮤가 유저인 인규의 취향에 맞게 업그레이드 되는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인간이 사랑을 할 때에는 한 쪽이 일방적으로 맞추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지만, 로봇은 유저의 뜻에 맞게 진화하므로 일방적이다.

 

말하자면, 인규의 입장에서 본 뮤에 대한 감정은 필요에 의한 선택적 사랑 같은 것이 아닐까. (필요할 땐 연인모드, 귀찮을 땐 절전모드 처럼)

 

인간 입장에서는 어쩌면 너무 당연한 거겠지만.

 

 

뮤가 초기화 상태로 먹통이 되었을 때, 인규는 뮤를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뮤’라는 존재 자체의 고유성 때문이라기보다는, 

 

뮤에게 학습된 자신의 데이터를 잃게 되면 자신이 입게 될 피해와 손해 때문으로 보였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아 하는 인규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화벽 뒤로 숨어버린 뮤가 애처롭기까지 했다.

 

그 시점부터 뮤가 로봇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보이기 시작했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로 인간과 유사해진 뮤.

 

만약 뮤에게 자의식이 생겼다면, 그 때에도 온전히 인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자신의 존재가 아닌, 자신의 기능을 사랑하는 인간을 사랑할 수 있을까?

 

애초에 로봇이 생긴 이유가 기능과 목적 때문이라고 해도, 만약 로봇에게 자의식이 생겼을 때 자신의 처지를 로봇은 이해할 수 있을까?

 

 

 

자신의 유저에게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걸 깨달은 뮤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모습과, 마지막 장면을 보고 (스포일까봐 적진 않겠음) 생각이 많아졌다.

 

인간과 로봇의 사랑이 가능할까? 생각해보자면, 나는 왠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사랑 역시 인간이 필요로 한다면 로봇이 학습한대로 제공하는 서비스일 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사랑의 정의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럼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또, 로봇이 자의식을 갖게 된다면, 축복일까 저주일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로봇이라는 존재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을 때, 로봇의 입장은 얼마나 복잡한 것일까?

 

인간의 입장에서야 간단하겠지만. 폐기 혹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유저에게 중고거래. 로봇의 매커니즘이 단순해서 받아들인다면 또 모르겠지만

 

로봇의 자의식이 인간과 매우 유사하다면 절대 단순한 문제는 아닐 것 같다. (뮤는 질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왠지 질투였을 것 같아서 괜스레 그런 생각을 했다)

 

 

 

아주 재미있게 읽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괜히 반려가전(?)들을 한 번 찬찬히 돌아보게 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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