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작가는 제목부터 이 소설이 어려운 무언가에 대한 시도라는 것을 전한다. 그 시도란 표면적으로 보이는 두 주인공의 사랑만은 아니다. 소설의 사랑은 훨씬 큰 것을 담고 있다. 아픈 자연, 뜨거워지는 지구, 차가워지는 사람들, 이 모든 소멸 직전의 간당간당한 것들을 부여잡으려는 시도. <더 늦기 전에>는 그 시도의 온기를 전하는 소설이다.
미지의 세계는 희망과도 같다. 어디론가 나아갈 곳이 남았다는 희망. 허나 21세기 세상에, 더는 미지마저 흔하지 못하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껴맞춘 인간의 길은 '유리 궁' 같은 강력한 이름으로 정해져 있고, 자연은 석학들의 예상보다도 빠르게, 절망적으로 망해 가고 있다.
이 글은 소멸되는 공소리 마을이라는 배경을 통해, 너무도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더는 얼지 않는 저수지, 이재민처럼 남은 공소리 사람들, 재해로 부모님을 잃은 송미, 도시로 나간 동두. 현실에 닿은 절망적인 배경에, 독자는 속절없이 아픔을 느낀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빛난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차라리 더욱 빛난다. 두 주인공의 사랑은 어둠 속 불 켜진 무인 상회와 라이트 켜진 텐트처럼 위태롭지만, 가녀리게, 그래서 아름답게 반짝인다.
모두들 빨리 이 글을 읽고 세상이 얼마나 엉망인지 느꼈으면 한다. 그래서 개개인의 몸부림을 고안해 보았으면 한다. 그게 사소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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