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터는 낯선 배경 속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의식에 대한 소설이다. 셸터에 갇혀 버린 주인공의 의식은 과거, 환각, 현재를 아우르며 진행되고, 종국에는 하나의 환상적인 그림으로 통일된다.
작가는 이 작품이 공포물 클리셰라고 말한다. 그것을 밝히고 간 것의 자신만만함은 빼어난 문장, 서사의 탄탄함, 세팅의 탁월함 등에서 기인한다. 작가가 그렇듯, 주인공도 공포물의 클리셰를 의식하고 있다. 주인공은 그것을 기꺼이 따른다. 주인공이 작중에 클리셰를 ‘의식’하고 있기에, 서사는 낯설게 뻗어간다.
셸터라는 소설은 ‘클리셰’보다는 ‘클리셰 짓밟기’에 가깝다. 단서는 주어진다. 독자의 머릿속에는 다음 장면 후보지 두어 개 정도가 그려진다. 그중 하나는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별 상관은 없다.’ 그게 이 작품의 포인트다.
인간은 모두 주인공과 다를 바 없이 여섯 면이 다 막힌 막막한 셸터에 갇혀 있다. 그들은 환각과도 같지만,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별 상관은 없는 것이다. 그런 셸터에서 탈출하는,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귀중한 경험을, 이 소설은 제공한다.
우리 개개인은 어떤 입방체형의 셸터에 갇혀 있는가, 혹은 숨어 있는가, 사유할 수 있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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