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지독히도 고독한 삶의 정경을 쓸쓸하지만 적확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슬픈 이야기지만, 삶에서 완성되는 것은 어쩌면 죽음뿐이다. 우리는 무언가로 완성될 수 없고, 완성되었다고 느낀 뒤에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엉거주춤해 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견해는 자칫 염세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 장미의 삶 자취를 하나둘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한 인간의 목소리를 부정하기 힘들다. 우리는 허무와 고독에 거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잔잔한 위로로 와닿은 것은, 이런 염세적인 주제에 대한 작가의 발칙한 의식이다. 작가는 장미를 통해 삶 속에 죽음이 있는지, 죽음 속에 삶이 있는지 사유의 길을 연 뒤, 종국에는 말한다. 그딴 거 다 무슨 상관이냐고.
흰 고양이인지 검은 고양이인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정말 완성은 죽음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더욱 살아야 한다. 그게 허무와 고독뿐이라도, 바위틈에서 30년을 버틴 잔대처럼 뿌리내려야 한다. 언젠가 누군가 찾아 줄지는 모른다는 희망에 앞서, 그게 어쩌면 죽음에 대한 가장 멋진 저항이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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