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 작가가 쓰는 소설은 그냥 소설이 아니다. 독자와 단순하게 소통하는 보통의 소설이라고 하기에 그의 소설은 너무 독자적이고 독창적이다. 그래서 어떤 평론가는 “김솔은 태어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쓴다”고 했다. 태어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쓴 소설이니 당대 독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소설이라는 말은 하나 마나 한 것이 된다. 요컨대 쉽게 잘 읽히는 소설에 길들여진 독자들은 김솔 작가의 소설에서 까나리액젓 맛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김솔 표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이 세상 어떤 소설 맛과도 비견할 수 없는 독창적인 맛을 느낄 것이다.
「고독한 순환을 즐기는 검은 유체」는 17살에 갑자기 흑인이 된 H의 이야기이다. H는 의사에게 유전자를 바꿀 수 없느냐고 묻지만 의사는 집에 가서 샤워하고 자라고 응대한다. 결국 17살에 흑인이 된 이 소년은 진정한 흑인으로 존중받기 위한 10가지 조건을 인지하고 현실을 받아들인다. 흑인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인식을 극복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누가 흑인인가.
이 소설은 단지 피부가 까만 흑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완전하게 뒤덮고 있는 억압과 부조리, 지배와 피지배의 불가항력적 구조에서 탄생하는 흑인들에 관한 처참하고 섬뜩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태어난 게 아니라 만들어진 흑인 H가 단지 H에서 멈추지 않는 이야기, 그러니까 이 소설은 당신과 내가 사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당신과 나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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