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씁쓸한 어른의 삶의 단단한 공분모

구름 2024-10-15

  • talk
  • blog
  • facebook

작가는 어른을 보호하는 아이를 그려 보고 싶다고 말한다. 발상부터 무척이나 낯설다. 그런 낯설고도 강인한 이미지를 위해 대단한 인물이 탄생했다. 지진광이 일어났을 때 태어난 아이, 퍼즐처럼 붕괴와 재구축 개념이 공존하는 아이, 머무르는, 좌절한 어른과 다르게 미래를 꿈꾸는, 어른을 안아줄 수 있는 아이. 소설의 주인공 왕곤이다.

 

남녀는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피해자 모임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런 붕괴의 현장에서도 재구축은 이루어졌다. 사랑이었다. 그렇게 태어난 주인공 왕곤은, 신파적인 캐릭터-즉 비운의 부모를 더욱 파괴시키는 상투적인 딸-가 아닌, 시차가 바뀌었어도 부부의 공분모로 존재하는,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돕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성장한다. 곤은 힘든 일이 있어도 퍼즐을 맞추고 평정을 유지하며, 벌하더라도 보상하는 아이이다.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으로 곤이라는 인물이 완성된다. 그곳에서 독자로서 목도할 수 있던 것은 낯선 보살핌과 잔잔한 위로였다. 붕괴와 재구축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주제의식, 지진처럼 커다란 재앙이 닥쳐도 빛은 존재한다는, 또 앞으로도 하리라는 위로가 지진광처럼 오묘하게 발광한다.

 

아이를 재앙처럼 여기는 요즘, 꼭 필요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여러 의미로 어른을 보호할 것이다. 어쩌면 언제나 그랬다.

 

댓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