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체 그루밍의 세뇌 효과에 대하여>는 자연재해와 탐미적인 색체가 가미된 낯선 소설이었다. 빨간 드레스의 강인한 이미지로 시작되는 소설은 연극처럼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다가, 서늘하게 폭발한다. 읽는 재미는 보장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결말에서 재미 그 이상의 낯선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는 처음부터 색깔과 자연을 통해 압도적인 결말을 준비해 두었다. 무취무색한 대자연의 고요, 백야.
이 소설은 자칫 어두운 인상을 줄 수 있지만, 빛과 어둠, 선과 악의 대립 그 이상의 것을 말하고 있다. 독자는 끝에 아름답다고 단정할 수 없는, 그럼에도 아름다움에 틀림이 없는 백야에 닿게 된다. 모든 것이 끝난 뒤, 백야와도 같은 분별할 수 없는 존재가 태어나는 것이다. 그건 독자로서 내가 가진 수많은 편견을 말끔히 청소해 주는 것과 같은 진귀한 경험이었다.
왜 대가가 아닌 효과인가에 대해 고민해 보니, 독자로서 생각할, 상상할 공간이 무궁무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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