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생작법"을 읽고 든 생각이 "인생맛집이다!"였다. 작법은 이렇게 하는구나, 소설은 이렇게 창작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하지만, 작법의 교과서 같다는 생각만으로 그칠 수 없는 묘한 끌림이 있었다. 다시 읽었다. 두 번을 읽고 나서는 후기를 남겨보기로 마음 먹었다. 카톡을 하거나 이모티콘이나 날리는 등의 댓글 이외에 어휘나 문장을 남겨야 하는 것에 자신이 없고, 스스로 기록에 대해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 썼다 지우기만 하는 한 사람으로 살다가 무슨 용기인지 이렇게 후기를 적는다. 의미를 붙이기는 부끄럽지만, 나름 유의미한 도전 같은 것을 해보기로 한다.
같은 글을 읽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박상우 작가의 "인생작법"을 읽고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한가지는 분명할 것이다. 과연 "인생은 창조자에 의해 정해져 있는가."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렇다 한 들, 그렇지 않고 운명을 거스런다 한 들, 뭐가 의미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인생이란 그야말로, 그대로 두면 되는 자연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니까. 결국, 나는 운명론자니 아니니 하는 것도 우스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혈액형 뭐예요? 혹은 mbti 뭐예요? 하는 것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커피 맛집을 찾아다닌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맛있는 소설을 찾아 읽는다. "인생작법"은 그런 맛집이다. 나는 가끔 글을 아껴가면서 읽는다. 다시 읽던 그 페이지로 달려가기를 기다리는 시간, 그 설렘을 즐긴다. 인생작법은 그 반대로 책을 읽다가 멈출 수 없다. 한달음에 내달린다. 하지만, 여운이 길다. 길다 못해 계속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이 결국, 나의 인생관처럼, 어느 지점에 도달한다. 오늘도 우리는 인생 맛집 같은 작품을 찾아 헤매고 소설 같은 인생을 또 살아 볼 것이다.
용기는 내면 낼 수록 더 나는 모양이다. 솔직히, 이 작품을 읽으면서, 폭풍우에 운전을 하는 차 안에 있은 경험이 떠올랐다. 그와 나는 이별 여행을 떠난 참이없고, 그 기억을 되짚어 보니, 그땐 왜 날씨를 미리 찾아보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국에서의 생활이었는데,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이제 만남을 끝내기로 하고 여행을 떠난 날이었다. 이국이니까 가능했지, 한국이었으면, 포장마차에 소주 한잔 걸치면서 죽일놈 살릴 니은 하면서 싸웠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국 폭풍우를 뚫고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정말 그 뒤로는 암흑 속 꿈처럼 아무것도 기억에 없다. 얼마나 긴장을 하고 죽음과 가까웠는지. 오직 이 폭풍우를 뚫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가 잠시라도 운전을 잘못하면, 바로 죽음, 이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이 그 이후의 기억을 앗아갔다. 우리는 헤어졌고, 지금은 기억을 더듬어야 겨우 기억이 날까 말까 하는 추억이 되었다. 불멸의 명작은 누군가의 추억을 고스란히 소환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영감 덕분에 새로운 인생이 펼쳐 지기도 할테지. 간혹, 커피 맛집이나 인생 맛집 같은 인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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