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동생이 한동안 '도파민 디톡스'를 하겠다며 설쳐대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나는 도파민이 뭔지도 잘 몰랐는데, 사람을 흥분하게 만드는 호르몬의 일종이라고 했다.
그걸 왜 '디톡스' 해야 되냐고 동생에게 물으니,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도파민에 취해 있기 때문에 행복을 잘 못 느끼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도파민을 절제함으로써 사소한 일에도 크게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상태, 즉 '도파민 디톡스 상태'가 되어야 인생이 행복해질 거라고 말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도파민 디톡스'에 집착하던 아는 동생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 동생의 도파민 디톡스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그 동생이 행복해보이느냐. 아주 행복해보인다. 내 생각에는 '도파민 디톡스'를 하는 행위 자체에 도파민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 소설에서 도파민은 마치 사람 같다. 롯데, 소맥, 코인 파트로 나뉘어 마치 회사의 부서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 주요 소비층인 남자가 어느 날 도파민 중단 선언을 하면서 비상 사태가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주 흥미로운 전개다.
다 읽고 나서 내 머릿속의 롯, 소, 코 같은 파트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를 흥분하게 하는 것들이라. 문학, 쇼핑, 게임 정도?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도파민이 과다해지면 일상 생활이 약간 뭉개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뭐, 나는 주인공처럼 도파민 탓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는 동생의 말처럼 우리는 너무 많은 도파민에 중독되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상의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 걸지도.
도파민을 특정 인물처럼 묘사하는 것이 특징적이고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읽어보시고 내 머릿속의 롯, 소, 코는 뭘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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