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환은 식사 메뉴 쇼핑 리스트를 들고 마트 계산대에 서 있었다. 전화가 울려 받아보니, 아내인 아영이 재료 목록을 다시 보낼테니 메뉴를 바꾸자는 내용이었다. 그는 아내의 변덕에 지쳤다. 처가의 멸시와 아내의 허영을 참는다 하더라도 초단위로 널뛰는 아내의 기분은 지겨운지 오래다. 현관 벨을 눌러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건전지 빼놓은거 모르냐는 둥, 다시 누르니 작동이 되는 둥, 헤프닝이 일어난다. 아이가 경수네 갔다고 하는 말에,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정안은 둘의 과거 음악을 같이 한, 아영이 정안의 중요한 연주회를 망친 아픈 과거가 있는 사람. 그들의 관계는 끝났고, 정안은 독일로 유학. 정안이 이미 집에 와 있고 인환은 어리둥절하다. 부주싸움을 하러 둘이 안방으로 들어가고 아영의 전화가 울린다. 경수맘이란 전화를 받으니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 문을 열자, 아이를 데리고 온 여자가 엄마와 아빠를 다 닮았다고 한다. 등 뒤로 인환이 다가오고 문 밖의 여자가 누구세요? 하고 묻는다.
초대는 서사에 밀도감이 엄청나다. 이야기가 계속 물고 이어지면서, 그들이 현재 왜 이런지 알게된다. 그 안에 말 못할 사정들이 담겨있다. 치밀한 계획으로 쓰여졌음을 알 수 있고 또한, 남자 인환의 심리가 잘 드러난다. 섬세하고 불안한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 아내와 정안의 사연이 드러난다. 말 못한 사정들이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지만, 말 못함으로 가라앉아 있는 것들이 보인다. 세사람의 인생이 그대로 비춰지는 듯 하다.
또한, 마지막에 부재중 전화가 네 번이나 찍혀 있어 어쩔 수 없이 받은 전화로, 현관을 열어 주었을 때, 문 밖의 타인이 오해를 하고 오히려, 아이 아빠인 인환에게 누구냐고 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는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모두. 이 소설의 백미다. 꼭 읽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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