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두 번째 탄생>은 3기 대장암 환자인 중년의 남자가 자신이 임신했다고 주장하는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설정부터 기발하며,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상상이 아닐 수 없다. 볼록 튀어나온, 그로 인해 찢어발기는 통증을 담은 자신의 복부를 애틋이 쓰다듬는 평범한 중년 남자의 이미지를 상상해 보면, 이 소설은 이미 낯설고 재미있다.
허나 이런 통통 튀는 현재 뒤 감춰진 것들을 생각해 보면, 마냥 재미있게 읽히지는 않는다.
‘도가 나한테서 다시 태어나려나 봐.’
고통에도 해맑은 황석과 그런 황석을 여전히 사랑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지원하는 아내. 그사이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도라는 아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들이 죽고, 남은 두 부모는 상실과 트라우마, 죄책 등의 무거운 감정들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지탱하고, 방어하고 있다. 황석은 죽은 아들이 자기 배에서 다시 태어나리라 믿고, 아내인 화자는 조금씩 동조하기 시작한다. 황석이 미쳤다는 말에 남동생의 뒤통수를 후려치기도 한다. 그런 두 부부의 이야기에 독자인 나 역시 빨려들게 되었다.
곱씹을수록 사무치는 감정들이 도드라지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소설이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하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진귀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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