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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의 새로운 얼굴

혜섬 2025-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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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죽었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이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부고라는 제목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서사를 만들어간 소설은 새롭다. 부고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니! 참 신선한 조합이다.

  나도 얼죽아였던 시절이 있었다. 치아에 이상이 생기면서 차고 뜨거운 걸 섭취하기가 어려워졌다. 몸이 늙어가는 증거가 군데군데 나타나면서 낳아준 엄마를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엄마도 나처럼 이렇게 늙어갔겠지. 한번도 내게 그런 표현을 안했을 뿐이었던 거구나, 생각한다. 

  이 작품에는 엄마의 이름도 내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면, 누구나 다 경험했을 것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직 엄마가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할머니를 보낸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누군가가 아파서 요양을 하다 떠났을 수도 있을테니까. 심지어 내가 챙겨주던 음식을 좋아하던 반려동물이라도.

  나는 설탕 없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던 아버지를 보냈다. 카페인에 약한 엄마에 비해 커피를 즐겼던 아버지. 그냥 문득 생각나서 인사 드리러 갈때면, 드라이브 쓰루에서 뜨아를 한잔 사간다. 부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내가 사랑하던 누군가를 보낸 사람이면 가슴이 저릿할 것 같다. 작가의 진솔함과 잔잔한 표현들이 요란하지 않게 감동적이다.

  어느 것 하나, 맞다 맞어, 맞장구를 치지 않을 장면이 없다. 담백하고 순수하고 또한 아름다운 가족의 이야기다. 물론, 엄마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엄마의 쓴 인생을 말하지만, 그것이 슬프다거나 괴롭다고 징징거리지 않는다. 나는 작가의 그런 덤덤함을 끌어 안고 싶다. 나도 차갑거나 냉정한 자식이라 늘 마음에 죄스러움을 안고 산다. 아직 노모가 나를 간절히 원하는데도 바쁘다는 핑계로 오늘내일 가봐야 하는 걸 미룬다. 옆집 어른이 그랬다. 엄마가 살아 있을때랑 돌아가시고 나서 집에 올때, 너무 다르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가 오늘내일 하신다. 그래도 보내드릴 준비를 할 수가 없다. 아마 가셔도 나는 보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아, 어쩌란 말인가.

  이 작품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고 또 그들을 보내야 하고. 소설이 존재하는 이유가 인간과 인생을 이야기 하기때문이라고 했다. 우리가 함께 뭔가 할 말이 많은 그런 작품이다.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땡긴다. 아니, 내일이라도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드시게 해야 겠다. 당신의 어머니는 무얼 가장 잘 드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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