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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길 위에서

minimum 202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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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배제했으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고급하게 잘 쓰인 잔잔한 소설은 그 속에 담긴 의미가 천천히 산책하듯 독자에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길 위에서>의 서사를 정리하자면, 무척 간단하다. 고독한 여인이 길 위에선 이야기이다. 걷는다는 건 무엇일까. 일축할 수 없지만, 널널한 표현으로 대체해 본다. 살아가는 것.


어느 삶의 풍경화처럼 다가오는 이 소설은 구별된 자기만의 매력으로 가득하다.


홀로 미용실을 운영하며 딸아이를 키우는 주인공이 어떤 힘듦에 갇혀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달받지 않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구구절절 토로하지 않는다. 작가도 그 힘듦을 선정적으로 보여 주려 하지 않는다. 납득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차라리 담담한 듯 보이는 주인공에 절로 마음이 아파져 온다. 그녀의 무게를 전달받게 된다.


주인공의 무게를 죄책감, 외로움, 부담, 노릇 등의 단어로 일축할 수 있을까. 그건 어려울 것 같다. 그녀의 무게도, 우리 모두의 개인적 무게도 그리 간단히 해석될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가 길 위에서 펼치는 섬세한 부딪힘과 결말로, 나는 길 위에 선 내게 다가오는 여러 이름 붙이지 못할 감정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 소설은 간단히 해석될 수 없기에, 내 개인적인 경험들이 파고들 수많은 공간이 보장되어 있었다. 그게 작가의 배려이자, 마음씨이며, 지향하는 어떤 세계관이라고 여겨진 순간, 이런 작가만의 톤과 매너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을 두 가지 방향으로 응원하게 되었는데, 박 관장과의 관계, 엄마로서의 미래이다. 하지만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런 잔잔한 소설의 여운은 앞으로의 태도를 말해 주는 데 있다.


‘괜찮아요.’ 그리고 심금을 울리는 마지막 문장.


모두 길 위에선 우리 모두 중 ‘지금 괜찮아요?’에 확실히 괜찮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최소한 난 그렇지 못하다. 그럼에도 그런 태도가 가야만 하는 방향을 <길 위에서>는 섬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큰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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