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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이라는 허방 위에 서 있는 우리에게

박은비 20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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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사고로 남편 휘를 잃은 주인공은 그와 함께 살기 위한 준비를 했던 시골집에서 홀로 살고 있다.

오래되고 위태로운 그 집은 허방 난 도로와 인접해 있어, 큰 차가 허방을 치고 지나갈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리고 주인공의 일상을 자꾸 흔든다.

민원을 부탁한 마을 이장은 '그 곳은 가정집보단 기사 식당 하기 좋다'며, 집을 팔라고 은근히 압박해오는 상황.

무심하고 무감각한, 거대한 안전불감증 같은 허방에 흙을 채우고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주인공의 결심을 응원하며 독서를 마쳤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남에게만 일어나라는 법도 없다. 유난스럽게 굴지 말자. 다들 이런 사연 하나쯤은 튀어 오르지 않게 눌러두고 별일 아니라는 듯 살아간다. 부서진 얼굴로 휘가 아픔 없이 나를 본다. 아무것도 모른 척 웃는 얼굴을 집게 손가락으로 사납게 문지른다. 잔금이 간 얼굴에서 그날처럼 피가 흐른다.' - 작품 중에서

 

작품 속에는 우리 사회를 관통한 여러 비극적인 참사들을 나열하며, 그 사건들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유난스럽지 않으려는'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남편 휘를 잃은 주인공의 슬픔과 고통이 어떻게 '유난'이 될 수 있는가. 그걸 스스로 '유난'이라고 자조하며, '다들 이런 사연 하나쯤 눌러두고 별일 아니라는 듯 살아간다'며 스스로를 억누를 수 있는가.

주인공이 감당해야 할 현실을 묘사하는 이 문장에서 먹먹해지고 말았다. 담담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의 태도에서 역설적으로 그 '유난스럽지 않다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의 무심함과 무감각을 꼬집는 것 같았다.

도로에 난 허방에 부딛쳐 오는 차들 때문에 위태롭게 흔들리는 집에 사는 주인공의 민원 같은 건 문제도 아니라는 듯 '기사 식당 하면 딱 좋을 자리'라며 집을 팔라고 종용하는 마을 이장 같은 사람들을.

 

작가는 '언제 갑자기 우리 삶을 푹 꺼지게 만들지 모를 사고들이 정말 남의 일 뿐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균열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현실을 섬세하게 조명하고 불편과 불통의 감각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주인공이 결심하고 움직이는 장면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감각이라는 허방 안에 서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작가의 메세지를 잘 포착해야 할 것 같다.

 

허우적거리면서도 끝까지 이야기를 완성해준 작가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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