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똑같이 밥 먹고 사는 인간입니다.>
직장인의 애환이 담긴 소설은 처음 읽었다. 참치집 회식을 하는 풍경이나 개개인의 직무에 어울리는 말투와 대화들, 신선하고 잘 읽히고 정말 그럴 것 같아서 히죽 거리며 읽었다.
주인공 유란은 계약직이다. 그녀는 회식에 목숨을 거는 듯 식탐이 있다. 지난 소고기 회식에서 몸무게 내기를 해, 체중계를 챙겨 회식을 향한다는 그 장면도 웃프다.
50만원 내기에서 이긴 유란은 대뱃살 한 점이 남은 상황에서 웃음꺼리가 되어도 스스로를 가오나시라고 하며 먹는다. 그녀에게 그 한 점은 단순한 참치가 아니다. 스스로 먹는 것의 주인이 되어, 누군가가 먹어도 되는 마지막 한 점이라면, 지위고하를 떠나서 먼저 먹겠다는 의지다. 통쾌하다 못해 감동적이었다.
유란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점심은 없습니다, 라는 메모가 분명, 직급의 차이, 사회에서의 불이익 같은 제도의 문제다. 하지만, 내기에서 이긴 사실로 유란의 성공이라고 본다. 점심이라는 의미가 계약직에게 불리한 차별라는 걸 안다. 하지만 대뱃살 한 점을 먹는 유란, 몸무게 다이어트에서 이긴 유란, 나는 그녀가 당당한 삶을 산다고 믿는다.
시대에 뒤쳐진 조직의 제도가 문제지 유란은 결코 뒤처지거나 부족하지 않다. 그녀는 차별 받을 수 없고 억눌러질 수 없는 한 인간인 것이다.
“나도 똑같이 밥 먹고 삽니다.”
유란이 소리치는 소설이다.
후기: 잘 쓴 소설, 재미있는 소설, 뭐라도 좋지만, 소설을 읽고 이렇게 푹 빠져 보긴 오랜만인 듯 합니다. 강추합니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