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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짜고 달큰한, 사랑의 중독성

이시경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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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절로 리뷰어가 된다. 

목적은 단 하나 - 이거 진짜 맛있어! 꼭 먹어봐야 해!

 

소설  [짬뽕]은 그런 작품이다. 

서비스도, 포인트 적립도 없는데, 보는 사람을 붙들고 절로 말하게 만든다.

 

짬뽕의 생명이 면발이듯, 이 소설의 생명은 플롯이다. 

그런데 플롯이 모자이크 방식이다. 


짬뽕 / 엄마 / 현진 / 중석 / 상재 / 짬뽕

 

각각의 단락은 단순한 조각 퍼즐처럼 배치되어 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이야기 조각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정교하게 직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한 젓가락에 이야기가 술술 넘어가는 놀라운 가독성을 지닌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별미는 주인공 정이 캐릭터이다. 

 

홍합짬뽕에서 홍합이 그 맛을 장악하듯, 

주인공 정이는 이야기 전체의 맛을 장악한다. 

그녀의 말투, 감정선, 사랑을 대하는 태도까지 

오롯이 그녀의 것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글맛이 살아난다. 

 

소설에는 정이를 중심으로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각자 다른 재료처럼 식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작가는 말한다. 

“[짬뽕]은 사랑의 폭력성에 관한 이야기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사랑의 폭력. 

그러나 그곳에는 영원한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 

그저 맵고 짜고 달큰한 짬뽕처럼, 헤어나지 못할 중독적 사랑만이 있을 뿐이다. 

 

결국 소설 [짬뽕]은 오래 우려낸 국물 같은 이야기다. 

가독성은 좋지만 여운은 깊고 길다. 

짬뽕이라는 소재가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은 이야기로 부화되기까지, 

작가는 얼마나 이 이야기를 오래 품고 있었을까. 

 

다 읽고 나면 뒷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드는, 

맵고 짠 사랑의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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