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신제품이 출시되면 무조건 사게 되는 아이템처럼
신제품이 출시되면 무조건 사게 되는 아이템처럼,
김성호 작가의 신작에는 그런 기대감이 생긴다.
당선 이후 몇 편 안 되는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알게 모르게 이식된,
굳이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신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신뢰는 몇 가지 원인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김성호 작가의 작품은 기본기에 충실하다.
오랜 기간 기본기를 다지고 연마한 숙련공처럼,
등단작 <두 번째 탄생>은 단편으로서의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한다.
기본기에 지나치게 무게가 실릴 경우,
작품이 다소 경직될 우려도 있지만,
김성호 작가의 작품은 그렇지 않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에 깔고
소설의 완성도와 문학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때문이다.
등단 이후 첫 발표작인 <사물 연습>에서는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감자칩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감자칩이 아니듯,
김성호의 소설은 독자적인 시선을 구축하고
그것을 필터 삼아 낯설고 독특한 ‘살이’를 보여준다.
이번에 발표한 신작 <것>은
<사물 연습>이 한층 심화된 세계성을 보여준다.
갓도 아닌, 굿도 아닌, 겉도 아닌, 것.
이름도, 성도, 아닌 그 ‘것’이 한 존재로 자리 잡는 이야기.
이 작품 속에는 여러 이야기 화소가 나온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학교 폭력, 우정,
여성 서사라는 주제를 오랫동안 생각해왔다고 한다.
작가의 말에 덧붙여, 나는 이 소설을
사랑과 상처에 관한 이야기라 말하고 싶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린 서로에게 이렇게 확인받고 싶어한다.
나는 네 ‘꺼’야.
너는 내 ‘꺼’야.
서로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어떤 말로든,
분명하게 입증받고 싶어하는 본능적 심리.
그와같은 관점에서, 사랑의 관계성을 ‘것’이라는 말로
선택한 작가의 촉수와 안목이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존재를 이렇게 이해하기까지,
작가는 어떤 삶의 경로를 지나왔을까.
낯선 감성, 낯선 서사로 무장한 작가의 활약에
더 큰 기대를 걸며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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