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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설, 예약!

책물고기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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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언어의 층위를 통해 인간 내면의 균열을 탐사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중심에 ‘것’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는데, 

‘것’은 단순한 인칭 대체어이자 비인격적 지시대명사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존엄과 정체성을 박탈당한 존재의 은유로 기능한다. 

사람이면서 사람으로 호명되지 못한 자, 

그것은 사회적으로 삭제된 존재의 표식이다.

작품의 화자 의지는 중학교 시절 방관자였으며, 

그로부터 20여 년 후 ‘것’을 다시 만난다. 

발톱 교정이라는 육체적 치료의 공간에서 시작된 관계,

그것은 곧 내면의 고통, 죄의식, 모성의 실패로 이어진다. 

내성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단순한 신체 묘사가 아니라 억눌린 죄의식이 ‘것’을 만나면서 

내면으로 파고드는 상징적 형상화로 읽힌다. 

발톱의 고통과 아들의 죽음, 그리고 ‘것’의 존재가 

서로 얽혀 하나의 윤회적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것’은 인간이면서 사물로 호명된 자, 즉 타자화된 피해자이다. 

그녀는 결국 ‘누군가의 것이었던 자’로 살았고, 

이제는 스스로를 ‘그것’이라 부름으로써 인간성의 경계를 해체한다. 

살 속으로 파고드는 화자의 발톱은 ‘자기 자신을 향한 폭력’이다.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도리어 더 깊이 파고든다.

그것은 육체적 고통이자 죄책감의 육화(肉化)로 읽힌다.

아들을 죽인 아이와 과거 자신이 방관했던 ‘것’이 겹치며 

“죄의 순환”과 냉혹한 카타르시스가 완성된다.

가해와 피해, 방관과 연민, 치료와 파괴의 경계가 흐려지는 서사를 통해 

작가는 인간이 ‘스스로의 것’이 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비극을 완성한다.

갓 등단한 작가의 신작을 읽는 일은 일종의 모험인데

등단작과 등단 이후의 첫 발표작인 <사물 연습>에 이어

이번 소설 <것>에서도 이 작가는 나의 관심과 기대를

단순한 호평 이상의 것으로 승화시키게 만들어 주었다.

소설의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내성발톱을 설정하고

그것을 긴장감 있게 엮어 나가는 솜씨 또한 일품이었다.

다음 작품을 예약하고 싶은 작가,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게 하는 신인작가를 만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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