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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의 감각, 날것의 희망

이시경 202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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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아파야 청춘’이라고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안 아파야 청춘’이라고 한다. ‘안’이라는 글자 하나로 정반대의 의미가 된다. 얼핏 둘 다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론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 같다. 

 

정작 아픈 당사자는 말이 없다. 

 

아픈 당사자가 입을 다물고 있는데, 우리 시대에 희망을 논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생각보다 맛있다>를 읽고, 어설픈 희망으로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온몸에 문신처럼 퍼져나가는 상처를 통해 삶의 꽃을 피워나가는 당당한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현장을 살고,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상처 입는다. 그리고 스스로 핥거나 상대를 핥아 주며 삶을 위무한다. 허접한 설교조나 말장난이 아니라 ‘날것의 삶’으로부터 피어나는 ‘날것의 감각’을 접하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소설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이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핥아 줘.”

 

이 말을 일상에서 상대방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묘한 성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그것을 미끼로 독자를 시종일관 이야기 속에 붙잡아 두는 작가의 과감한 전략이 인상적이었다. 

 

이 소설은 쉽게 읽힌다. 문장도 단순하다. 그러다 중반쯤 들어서면 두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밍밍한 플레인요거트를 먹다 중간에 숨겨진, 그것도 인공감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블루베리잼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그것을 남기지 않으려 핥게 된다. 밍밍함과 달달함, 그 묘한 조화 속에는 살짝 눈물이 날 것 같은 위로와 연대가 한 스푼 섞여 있다. 

 

오늘 하루를 견딘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이처럼 사소한 ‘날 것의 감각과 서로 간의 소통’에 의지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다 읽고 나면, 내 몸에 난 상처를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왠지 희망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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