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소설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단 하나. '그래도 지구는 돈다'. 소설 속에서 예린이 도경에게 묻는 장면이 생생하다. 지구가 도는데 왜 우리는 느낄 수 없냐는.
그 장면은 이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 요소이자 오랫동안 나를 이 소설을 붙들게 한 질문이기도 했다.
도경은 수년 전 부모를 잃고, 세상엔 오직 자신과 예린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따금 할머니들이 찾아오는 '미용실'이란 공간은 그녀로 하여금 세상에 단 둘 뿐이라는 생각을 지우게끔 하는 곳이고.
그녀에겐 '박'이라는 태권도 관장 인물이 있지만, 작품 내에선 희미한 호감으로 드러날 뿐, 그에서 더 나아가진 않는다. 암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도경에 있어 '지구를 도는' 일과 '지구가 도는데 왜 우리는 느낄 수 없는지에 관한 의문'은 다소 의미심장하다.
문득 그녀의 지구를, 지구의 그녀를 떠올려본다.
어째선지, 수십억명의 지구인들 중 그녀만큼은 지구가 도는 감각을 미약하게나마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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