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지내다 보면 그럴듯하게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따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어제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 규칙적인 생활패턴은 안정감을 준다고 하던데, 돌이켜보면 뒤켠 어딘가에 무언가를 놓고 온 듯한 상실감을 느끼기도 한다.
내 인생을 바꿔볼만한 기회를 놓친 건 아닌지 혹은 단순히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과 아쉬움이랄지,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한 미련같은 것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이 소설은 그런 따분함을 느끼던 찰나에 간섭을 좀 받아보고자 선택한 소설이다. 사실은 선택하고보니 그런 점이 잘 맞았던 소설이다.
작품 속 주인공은 형을 찾기 위해 정선의 카지노로 향한다. 형에게 빌려준 돈을 되찾기 위해서다.
주인공은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이 손목시계를 차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한다.
주인공은 형에게 빌려준 주택청약 보증금 잔금일이 다가올 때가 돼서야 형이 이혼했으며 도박판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동안 형은 삶의 한 부분을 되돌리기 위해 스스로 고립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형에게 도박장은 삶을 돌이킬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된다. 주인공에겐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삶이 나의 의지로 펼쳐진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 불확실성이 가득한 삶에서 행할 수 있는 최소 단위인 어떤 선택과 결정이 과연 나의 온전한 의지로 이루어진 것인지,
의지란 무엇인지 확인하는 여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충실하게 살아왔던 세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삶이 다가올 때 그 몫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으로 이어진다.
단 한 번 살게 되는 삶의 속성을 무섭게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겠고,
지구를 공전하는 달이 조금씩 제 모습 바꾸듯, 삶이란 홀로 이루어짐 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는 일일 수밖에 없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들이 이렇게 도박에 열정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도박 중독과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살아보지 않은 삶을 선택하는 일은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열망을 도드라지게 느껴지게 만든다. 결국, 의미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 때문 아닐까.
인생이 좀 지긋지긋하게 느껴질 때 읽어볼 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섭효과를 일으키는 빛의 파동원리를 이용해 풀어낸 소설로 과학적 원리를 이용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식으로 메타소설쪽에 해당하지 않을까.
또한 이 소설은 현재 스토리코스모스에서만 읽을 수 있는 듯 한데
대중 독자들보다 먼저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도박장 속의 도박장으로 들어서는 부분의 연결이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진 점과 뒤로 갈수록 형의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태어남을 겪게 되어 살아가야 하는 운명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건지기 위해 노력한 작가의 노고가 엿보인다.
총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