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목에 ㅋㅋ가 경박스러워 보일까 걱정되는데, 소설 읽으면서 정말로 큭큭하고 많이 웃어서 붙이고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 안경을 맞춰본 어느 할배의 이야기다. 읽다보면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배우가 왠지 떠오른다. 귀엽고 유쾌한데 애처롭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남의 할배 얘기를 넘어 내 얘기처럼 느껴져 마음을 울린다.
나도 할배처럼 안경 도수를 일부러 낮추었다. 눈이 자꾸만 피로해서 유명하다는 어느 안경점에 갔더니 도수를 낮춰보자고 권했다. 하루 대부분을 1미터 앞에 모니터를 보는데, 안경 초점은 10미터 앞 간판에 맞춰져 있으니 눈이 매번 초점을 바꾸느라 피곤한거라는 설명을 들었다. 덕분에 버스 정류장 전광판에서 우리집 가는 버스가 6분 뒤에 온다는 건지 8분 뒤에 온다는 건지 잘 분간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10분 안에 온다는 정도는 알 수 있으니 만족하며 지내는 중이다. 할배와 비슷하게나마, 내 삶에서 무엇을 얼마나 선명하게 볼지를 선택해본 경험이었다.
할배보다 이십 년 오래 안경을 써온 사람으로서 한 가지 얘기를 더 하자면, 안경을 써서 뭐가 보이고 안 보이고 하는 단계를 넘어서면 안경을 쓴 내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의식하게 된다. 고도근시라면 눈이 작아지고 안경테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니까. 할배도 이런 단계에 이르게 될지 궁금하다. (음, 약간 그런 조짐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런 모습도 나름 귀여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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